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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면류관을 드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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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이미지로 표현되는데 있어서는 초기에는 양치는 목자로 묘사되다가 이후에는 우주를 통치하는 통치자나 심판자의 모습으로, 또 르네상스기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가 15세기에 들어와서는 가시 면류관을 쓴 고통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 점은 가톨릭 교회의 타락과 부패를 예수님의 희생 정신으로 돌아가서 다시 회복해 보고자 하는 시각에 기인한 것으로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가 대표적인 이론가였다. 당시 북유럽에 퍼져나갔던 사상으로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함으로 신앙의 순수함을 다시금 회복하려 했던 것인데 이와 같이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님의 초상화는 15~16세기의 북유럽의 회화들에서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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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흐트 바우츠, 고통받는 그리스도, 약 1500년, 리옹미술관, 프랑스
네덜란드 출신의 알브레흐트 바우츠(Aelbrecht Bouts, 1460? ~ 1549)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는 작가로 가시관을 쓴 예수님의 초상을 많이 그렸다. 바우츠는 집안에 화가들이 많아서 부친과 형제들이 모두 화가였으며 성화들을 많이 제작하였다.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예수님의 머리에는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들이 많은 가시관이 씌어져 있고 양손에는 못 자국이 선명하여 이를 보는 자들마다 숙연하게 만든다. 예수님의 얼굴은 창백하고 슬픈 모습으로 묘사되어 당시 가톨릭 교회의 부패와 타락에 대한 예수님의 신음과 애통함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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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아, 아름다운 손, 2010년, 천위에 인두작업, 작가 소장
한편 한국의 현대 작가인 심정아의 <아름다운 손>은 이와 같은 가시 면류관을 양손으로 하나님께 바치고 있다. 이것은 앞에서 보았던 예수님의 고난과 아픔에 우리도 함께 동참하며 가시가 상징하는 우리의 죄와 허물을 그리고 우리의 헌신을 모두 주님께 드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의 죄는 곧 나의 죄이며 나아가 인류 전체의 죄로 예수님의 못자국과 가시관을 우리도 똑같이 체험하며 주님을 위하여 살아가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예수님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하나님과 우리사이의 화목제물이 되셨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심정아 작가는 천 위에 인두로 지져서 선을 만들고 이 선을 이어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주로 가시관, 양손바닥의 못 자국, 그리고 발위의 못 자국 등 가장 그리스도의 희생과 고통이 잘 드러나는 부분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겪었던 힘든 병마의 고통을 통해 우리를 위한 주님의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체험함으로써만이 가능한 작품으로 일상의 삶에서 주님께 드리는 작가의 사랑과 감사의 고백일 것이다. 앞의 작품은 예수님의 우리를 위한 고난과 희생을 그리고 후자는 우리 자신이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성화된 삶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만유의 주 하나님께서 죄에 빠져 절망적인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어 낮고 천한 인간의 몸으로 그 아들을 보내셔서 이렇게 고통을 당하시며 죽음으로 우리를 구원하여 주신 것은 그 자체가 사랑의 신비이고 기적이다.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이 이 작품들을 통해 더 가슴에 와 닫는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 무한하신 주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이 더욱 파도처럼 밀려온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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